![[갤러리 이벤트] 텍배1주년 축하합니다!](/_next/image?url=https%3A%2F%2Ftb-cdn.kpopstar.asia%2Ftext-battle%2Fcreated_costume_real%2Fwebp%2F1530%2FIMG9f32ff6c1ef5705d8437e19fc831c04f97cba8fb_00001_.webp&w=3840&q=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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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밤이냐고 묻는다면, 특별히 그렇지는 않다. 밀집된 열은 그것들의 표적이 되기 쉬우므로, 인류 최후의 도시는 시베리아 지하에 지어졌고, 밖으로 통하는 건 무식하게 높은 초자연관리국 본부 건물뿐이니까. 하늘 역시 같은 이치다. 도시가 자연적인 태양광을 쬔다면 세상은 그날처럼 괴물... 굳이 공식 용어를 쓰자면, 환원종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므로. 그들이 하늘이라 믿는 천장에서 최소한의 빛과 열로 일상의 유지를 연출할 뿐이며, 그마저도 환원종을 불러들이기에 그 틈새에서 정화직원들이 고생 중이다. 이토록 작고 갑갑한 도시에서 축하란, 무언가에 열광한다는 것이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첫째로, 스스로의 목숨 외에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졌다는 의미. 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여유가 있으리라는 소리다. 무언가 축하할 만큼 여유 있는 자들에게 축하받는 대상이므로, 아마도 오래도록 살아남겠지. 그리고,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내게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심적 여유는 아닐 테니 경제 쪽이겠지. 이곳에서 받는 생명수당은, 딱히 돈을 쓸 일이 많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날 이전엔 상상도 못 해봤을 만큼 높긴 하니까. 시민들 사이에서 텍스트배틀, 그러니까, 스스로 만든 캐릭터를 서로 싸우게 하는 게임. 아무튼 그런 게 유행한단다. 바깥에 보이는 불꽃을 보면 1주년 축하 행사중인가 본데. 개중에 어떤 사람은 우리, 그러니까 여기 요원들을, 공개 DB 데이터를 참고해서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모양이다. 난감한 문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를 위해 작은 경의나마 표해준 기록관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괴짜 변태라 해야 할지. 당사자로서, 어차피 앞으로 일면식도 없을 사람한테 굳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 복수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기록이 남는 효과가 있는 것도 맞으니까. 오늘치 임무도 다 끝났겠다, 축하하는 마음 하나쯤 더 얹어줘도 나쁠 건 없다고 느낀달까. 묘한 기분이다. 다른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나도 모르는 제2의 내가 있다는 게. 어쩌면 지금 창밖에서 축하하는 텍스트배틀은 극중극이고, '진짜 텍스트배틀'이 내 인생에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축하해야겠지. 면식은 쭉 없을 예정이지만, 그건 별 상관없는 일이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들이 살아 있고, 내가 살아 있고, 이 도시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함께 기념하는 셈이니까. 1주년을 축하한다. 너희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오래 살아남기를. 가능하다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라도. 그리고 언젠가 그 이야기가 끝나는 날이 오더라도, 적어도 오늘만큼은 기억해 두자. 우리는 살아 있었다고. …뭐, 이런 말을 굳이 직접 전할 방법은 없지만. 축하한다는 마음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닿을 필요는 없으니까. 창밖의 불꽃이 하나 더 터졌다. 예쁘네. 여느 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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